위임의 시대
why, what, how 중 에이전트에게 위임할 수 있는 것이 how에서 what으로 넘어온 시대에 대해.
Taeyoung·2026년 1월 26일일을 할 때는 why, what, how가 모두 중요하다. 왜 하는가, 뭘 하는가, 어떻게 하는가. 고수준에서 저수준으로, 계획에서 실행으로. 하지만 세 층위가 썩 동등해보이진 않는다.
물론 일의 목적, 본질(why)이 반드시 대상(what)보다 우월하거나 우선되지도, 대상이 절차(how)보다 그렇지도 않다. 방법론에 대한 제약이 구현 목표를 바꾸기도 하고, 누군가만이 구사할 수 있는 방법론은 그 자체로 본질이 되기도 한다. 엎치락뒤치락 하는 관계다.
그러나, 대체로 why > what > how이다. 이유가 있어야 뭐든 하는 법이고, 뭔가를 하려는 목표가 생겨야 그걸 어떻게 이뤄낼지 골머리를 썩는 법이다.
2023년에는 LLM 기반 장난감들이 참 많이도 나왔다. 기초적인 코딩 에이전트들도, 어떤 원대한 목표가 있었을지언정 그 당시에는 그저 장난감에 불과했다. 챗GPT와 함께, 또는 vscode 코파일럿과 함께 단 몇 줄의 코드를 짜내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이 있었다.
2024년이 되자, 에이전틱 코딩이 슬슬 가능할 것 같다는 냄새가 여기저기서 풍겨왔다. vscode 코파일럿의 미적지근한 업데이트를 보다 못해 '답답해서 내가 뛴다'를 시전한 커서는 2024년이 되자 쓸만해지기 시작했다. 같은 해 11월에 출격한 Windsurf의 Cascade는 얼리어답터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겼던 걸로 기억한다. 에이전틱 멀티 파일 에디팅이라니, 세상에.
2025년 2월, 클로드 코드 CLI가 출시되었다. 커뮤니티가 출렁였다. 원래 좋은 아이디어는 생각하긴 어려워도, 한 번 보면 바로 무릎을 탁 치게 된다. 각종 코딩 에이전트 CLI들이 우수수 생겨났다.
본격적으로 코딩 에이전트를 쓰기 시작한 2024년 중순부터 2025년 중순까지, 대체로 나는 what과 how를 함께 일러두기 위해 발버둥쳤다. 이 바보같은 코딩 에이전트들은, 뭘 구현해야 하는지만 짧게 알려주면 별 말도 안 되는 구현 방식을 끌고 들어와서 코드베이스를 어질러놓기 일쑤였다.
나는 프롬프트 깎는 장인이 되어, 한 마디 한 마디 신중하게 '이건 이렇게, 저건 저렇게 구현해야 해. 이런저런 구현 방식보다 요런조런 패턴을 더 사용하도록 해'를 타이핑하며 그들의 자그마한 컨텍스트 윈도우에 내가 알고 있는 베스트 프랙티스들을 우겨넣었다. 이 친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쳐댔고, 나는 굳이 에이전틱 코딩을 고수하며 10x 개발자는 커녕 0.5x 개발자인 걸 다행으로 여길 뿐이었다.
이들이 언젠가는 내 자리를 흔적도 없이 깔끔하게 대체할 거라는 미래는, 챗GPT의 출격을 목도한 이래로 단 한 치의 의심조차 없었다. 미래는 미래고, 당장 내 눈 앞의 멍청한 AI 에이전트가 개탄스러울 뿐이었다.
세 달 전, Opus 4.5가 출시되었고, 비로소 나는 how와의 기나긴 싸움을 일단락지었다. 나는 더 이상 프롬프트에 how를 적지 않는다. 드디어 에이전트는 what을 위임받는 단계에 도달했다.
적절하게 위임하기 위한 정성은 여전히 필요하다. 내가 이들을 믿으며 위임할 수 있는 것은 아직 what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층위의 것들이다. 그 위의 것들은? 시간 문제다.
AI 기술의 발전이 가리키는 방향은 너무나 명확해서, 종종 넋을 잃고 상상하게 된다. 이제 곧, what의 위임이 마무리된다. Why만이 남는다. 그 다음은, why의 차례다.